[ 아시아경제 ] 최근 독일이 수천억유로를 국방에 쏟아붓겠다고 선언하자 독일 제조업체들이 발 빠르게 방위산업 관련 투자에 나서고 있다. 특히 최대 시장인 중국의 경기 둔화와 중국 전기차 업체들 성장으로 고전하고 있는 독일 자동차업체의 경우 방산 분야를 경영 부진을 해소할 돌파구로 보고 있다.
12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아민 파퍼거 라인메탈 CEO는 "독일 오스나브뤼크에 있는 폭스바겐 공장이 군수공장 전환에 적합하다"며 조만간 가동 중단 예정인 이 공장을 인수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라인메탈은 유럽 최대 종합 방산기업으로 탱크, 방공 시스템, 자율 지상 차량, 총, 미사일, 폭탄을 제조한다. 가장 주목할 만한 제품은 팬서 KF51(Panther KF51) 주력 전차다.
파퍼거 CEO는 "전차를 생산하려면 대형 크레인과 크레인 무게를 버틸 수 있는 설비를 가진 공장이 필요하다"면서 "그러려면 오스나브뤼크와 같은 공장이 매우 적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결정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 안보에서 발을 빼면서 이에 대응해 유럽이 방위 역량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특히 최근 독일 총선에서 ‘안보 독립’을 내걸고 승리한 중도우파 기독민주당(CDU)은 4000억유로(약 614조원)로 추정되는 냉전 이후 최대 규모의 국방비 증액 추진안을 내놨다.
파퍼거 CEO는 "유럽에서 재무장 시대가 시작됐다"며 "라인메탈에서는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향후 몇 년간의 성장이 예상된다"고 기대했다. 회사 측은 올해 매출이 최대 30%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영업이익도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주문 잔량 역시 550억유로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파퍼거 CEO는 내다봤다.
라인메탈과 상용차 자회사 만트럭버스의 합작 투자로 이미 방위산업에 발을 들인 폭스바겐도 방산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올리버 블루메 폭스바겐 최고경영자(CEO)는 11일 ZDF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폭스바겐이 (방위산업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아직 구체적으로 논의하지는 않았다"면서도 "기본적으로 이 같은 논의에 열려 있다. 군용 차량 (생산에 참여한다는) 선택지가 있다면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블루메 CEO는 "폭스바겐은 자동차에 관한 전문지식을 갖고 있다"면서 "다른 제조업체에 무장차량 개발 및 생산에 관해 조언할 준비가 됐다"고 했다. 향후 다른 기업의 방산 협력 제안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피력한 것이다.
방위 부문 진출과 같은 사업 다각화는 폭스바겐이 전통적인 자동차 시장에서 입은 손실을 상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외신은 짚었다. 폭스바겐의 지난해 세후 순이익은 중국 자동차 업체와의 경쟁 심화, 유럽에서의 수요 부진 탓에 전년 대비 30.6% 급감했다. 이 같은 실적 악화 여파로 폭스바겐은 지난해 독일 공장 10곳 중 2~3곳을 폐쇄할 방침이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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