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오락가락 관세 정책 탓에 미국에서 이탈한 투자자들이 중국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미국 주식이 ‘트럼프 리스크’에 조정을 받는 반면 중국 시장은 당국의 적극적인 재정정책과 딥시크 등장을 계기로 투자 심리가 회복되고 있는 양상이다. 국내 투자자들도 중국 주식 매수 열풍에 동참해 2개월 연속 순매수 행진을 이어갔다.
13일 중국 매체 차이신은 투자자들이 중국의 최근 정부 업무 보고서를 통해 중국 경제 성장에 대한 확신을 재확인하게 됐다고 전하며 최근 살아나고 있는 중국 주식 시장을 조명했다. 이러한 중국 투자 열풍 배경으로는 적극적인 재정정책에 대한 당국의 의지를 꼽았다.
중국은 지난 5일 열린 양회에서 해외 기관들의 부정적인 전망에도 불구하고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지난해와 같은 수준인 5% 안팎으로 제시했다. 차이신은 "투자자들이 이를 경제 회복의 중요 신호로 보고 환호했다"고 했다.
중국 주식에 대한 낙관주의는 시장에서도 확인된다. 홍콩의 항셍지수는 중국의 춘제(음력설) 이후 급등해 장중 한때 2만4000선을 넘기도 했다. 항셍지수는 중국 본토 기업들로 구성된 홍콩H지수와 함께 올 들어 약 20% 상승했다. 또 ‘중국판 나스닥’ 홍콩 항셍테크지수는 30% 이상 급등했다. 반면 미국 주식 시장은 고전 중이다. 관세 정책 여파에 미국 뉴욕 증시가 하락세를 이어가며 S&P500 지수 구성 종목 가운데 73%가 이미 조정 국면에 들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최근 전고점 대비 주가가 10% 하락하면 ‘조정’ 국면에 들어선 것으로 판단한다.
블룸버그통신은 홍콩 증시가 트럼프가 취임한 후 혼란스러웠던 첫 50일 동안 가장 큰 수혜자 중 하나로 변모하고 있다고 짚었다. 블룸버그는 "항셍지수가 21%나 급등해 세계 최고 성과를 기록했지만, S&P500 지수는 약 7%나 폭락해 거의 모든 글로벌 지표에 뒤처졌다"며 "두 지수의 격차가 2000년 닷컴 버블 이후 가장 극심해졌다"고 분석했다.
미국과 중국 시장을 바라보는 투자업계 시각도 상반된다. 최근 시티그룹은 중국 주식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비중 확대’로 상향 조정했다. 반면 미국에 대한 견해는 ‘비중 확대’에서 ‘중립’으로 낮췄다. 차이신은 "이는 미국 경제가 지속적으로 글로벌 시장을 앞지르는 미국 예외주의 시대가 적어도 잠시 멈췄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해석했다.
국내 투자자들도 홍콩 증시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2월 국내 투자자들은 홍콩 주식을 1억8900만달러 순매수했다. 이는 2022년 3월 이후 최대 규모다. 이러한 움직임은 3월에도 이어져 2021년 초 이후 2개월 누적 순매수 규모가 가장 컸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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