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미국 주식시장에서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쏠림, 특정 섹터 주식의 급등락 등 이례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배경에 한국 개인 투자자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13일(현지시간) 미국 자산운용사 '아카디안 자산 운용(Acadian Asset Management)' 홈페이지에는 오웬 라몬트 수석 부사장이 '오징어 게임 주식시장(The Squid Game stock market)'이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이 글에는 한국 개인 투자자들의 공격적인 투자 성향이 미국 시장의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고 주장과 더불어 구체적 근거가 제시돼 있다.
먼저 라몬트 부사장은 "미국 주식시장이 한국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 과정에서 한국 개인 투자자들이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한국 개인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보유액이 지난해 기준 1121억 달러(약 163조원)로 미국 증시 전체 시가총액(62조 달러)의 0.2%에 불과하지만, 특정 틈새시장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양자컴퓨팅 관련 주식이 급등한 사례를 언급한 그는 지난해 말 한국 투자자들이 1억 1100만 달러(약 1610억원)를 집중 매수한 '리게티 컴퓨팅'이 한 달 만에 주가가 1400% 폭등한 것을 예로 들었다. 그러나 현재 해당 주식은 고점 대비 55% 하락했다. 아울러 한국 투자자들이 인공지능(AI) 관련 주식, 소형모듈식 원자로(SMR) 관련 기업, 가상자산 및 레버리지 ETF 등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면서 시장의 변동성을 키웠다고 분석했다.
라몬트 부사장은 한국 투자자들이 주식시장 붕괴 직전에 특정 종목을 집중 매수하는 패턴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2008년 리먼 브러더스 붕괴 직전, 2018년 '볼마게돈(Volmageddon)' 사태, 니콜라 사기 의혹, 실리콘밸리은행(SVB) 붕괴 등 미국 금융 역사의 재앙 직전에 한국 개인 투자자들의 관련 종목 매수가 급증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러한 투자 행태를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에 비유하며"'오징어 게임' 참가자들이 규칙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위험한 게임에 뛰어들듯, 한국 투자자들도 빠르게 부자가 되기 위해 큰 위험을 감수하고 투자에 나선다"며 "대부분 좋지 않은 결말을 맞이한다"고 경고했다. 나아가 과거 글로벌 금융사에서 손실을 본 개인 투자자 그룹을 언급한 그는 "1989년 일본 샐러리맨, 1999년 성장 펀드 투자자들, 2021년에는 밈 주식을 매수한 로빈후드 투자자들이 그랬듯, 오늘날은 한국 개인 투자자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며, "전 세계 개인 투자자들에게 지루하더라도 인덱스 펀드를 매수하는 것을 추천하며 오징어 게임에 참가할 기회가 주어졌을 때 최선의 결정은 아예 참가하지 않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아카디안 자산 운용은 1986년 설립된 글로벌 퀀트 헤지펀드로, 현재 약 1170억 달러(약 169조 원)를 운용하고 있다. 라몬트 부사장은 경제학 박사로 예일대, 시카고대 경영대학원 교수 및 하버드대 강사를 역임한 금융시장 전문가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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