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영국 정치권이 이집트 미라 등 사람의 유해를 박물관에 전시하거나 경매하는 것을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14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최근 영국 의회의 '아프리카 배상을 위한 초당적 의원 모임(APPG AR)'은 고대 유해 판매 및 전시를 금지할 것을 촉구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APPG AR은 보고서에서 "주로 식민 통치 시절에 탈취한 고대 유해를 영국박물관 등 기관들이 소유하고 있는 상황이 이민자(디아스포라) 커뮤니티에 고통을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미라로 보존된 사람은 역사적으로 영국과 프랑스 상류층들 사이에서 사치품으로 거래됐다"라면서 "최근에는 이집트의 보존된 시신들이 인기 있는, 유령 들린 '미라'의 형태로 탈바꿈했는데 이는 이집트의 유산을 서구 관람객들을 위한 이국적인 신비로 축소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현재 영국에서는 사망한 지 100년이 넘지 않은 신체 조직이나 유해만이 법적 규제 대상이다. 이 사안과 관련해 2004년에는 '인체조직법' 이 제정돼 이후 마오리족과 호주 원주민 유해 등을 본국에 반환하기도 했다.
APPG AR은 ▲사망한 지 100년이 넘은 인간 유해도 거래 금지할 것 ▲국립 박물관 이사회에 이민자 측 대표를 의무 참여시킬 것 등을 포함한 14개 방안을 내놓았다.
영국을 대표하는 박물관인 영국박물관은 현재 인간 유해 전시품을 6000점 넘게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해 전시 금지 추진과 관련해 영국박물관 측은 CNN에 보낸 성명에서 "박물관은 윤리적 의무들을 염두에 두고 있으며 소장하고 있는 인간 유해들이 항상 존중과 존엄을 가지고 대해지고 전시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인체조직법 2004'와 정부의 디지털문화스포츠부가 설정한 안내를 주의 깊게 준수하고 있다"는 입장을 냈다.
한편 앞서 영연방 국가의 원주민 지도자들은 유물·유해 반환 및 과거 영국의 식민 지배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와 배상 등을 요구하는 서한을 영국 왕실에 보내기도 했다. 2023년 5월 영연방 소속 12개 국가의 원주민 정치인과 유력인사 등은 찰스 3세에게 '사과, 배상, 유물과 유해의 반환'이라는 제목의 서한을 전달했다. 이 서한에 동참한 이들은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파푸아뉴기니, 자메이카, 앤티가 바부다, 바하마, 벨리즈, 그레나다, 세인트빈센트 그레나딘, 세인트키츠 네비스, 세인트루시아 등 12개 국가의 원주민 대표들이다.
이들은 찰스 3세에게 "원주민 억압, 자원 약탈, 문화 폄하에 대한 배상을 논의하고, (원주민들로부터) 훔쳐 와 왕실을 떠받쳐 온 부를 원래 주인에게 돌려주겠다는 약속을 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들은 또 영국박물관 등지에 있는 유해와 보물, 유물은 영국 왕실의 비호 아래 권한을 위임받은 당국이 수백 년간의 집단학살과 노예화, 차별, 인종차별을 통해 강탈한 것이라며 반환을 요구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최신순
추천순
답글순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