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미국 소매판매가 지난달 시장 예상을 하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상 밖으로 급감한 지난 1월 수치는 더욱 하향 조정됐다. 미 경제의 3분의 2를 지탱하는 소비가 냉각 조짐을 보이면서 경기 둔화 우려가 지속될 전망이다.
17일(현지시간) 미 상무부에 따르면 올해 2월 소매판매는 7227억달러로 집계돼 전월 보다 0.2% 증가했다.
당초 시장에서는 지난달 소매판매가 0.6% 늘어났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전망치를 대폭 하회했다. 1월 소매판매도 당초 0.9% 감소에서 1.2% 감소로 수정돼, 2021년 7월 이후 3년 7개월 만에 감소폭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소매판매 13개 항목 중 7개 품목에서 감소세가 나타났다. 식음료 매장(-1.5%), 주유소(-1.0%), 의류점(-0.6%), 자동차·부품업체(-0.4%), 스포츠 용품·서점(-0.4%), 잡화점(-0.3%), 전자기기점(-0.3%)에서 소비가 감소했다. 온라인 판매점(2.4%), 건강·개인 관리 업체(1.7%), 식료품점(0.4%) 등에서는 소비가 늘었다.
미국 경제의 핵심축인 소매판매가 시장 예상을 밑돌면서 경기 둔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무차별적인 관세 인상 정책으로 스태그플레이션(물가 상승 속 경기 둔화) 경계감이 짙어지는 가운데, 소비까지 기대를 밑돌면서 향후 경기가 빠르게 하강 국면으로 진입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소비 심리 역시 악화되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경기 지표인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는 2월 64.7에서 3월 57.9로 하락해 2022년 11월 이후 2년 4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앞서 미 소매업체들도 관세발(發)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소비 위축을 경고해 왔다. 미국계 창고형 할인점인 코스트코의 개리 밀러칩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6일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 콜에서 "그들(소비자)은 지출할 곳을 매우 신중하게 선택하고 있고 우리는 그것이 지속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인플레이션이 일부 돌아오고, 관세의 잠재적인 영향이 미칠 수 있어 더욱 선별적으로 지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 경기 하강 우려가 지속되면서 시장은 오는 18~19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주목하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연 4.25~4.5%로 동결할 가능성이 확실시 되는 상황에서 금리 전망을 담은 점도표에 이목이 쏠린다. 앞서 Fed는 지난해 12월 점도표에서 2025년 금리 인하 횟수 전망치를 종전 0.25%포인트씩 4회(총 1.0%포인트)에서 2회(총 0.5%포인트)로 대폭 줄였다. Fed가 이번에 공개할 점도표에서 물가 상승 우려에 무게중심을 두고 매파적(통화긴축 선호)으로 올해 금리 인하 전망을 1회로 줄일지, 경기 하강 우려에 방점을 찍고 비둘기파적(통화완화 선호)으로 3회로 늘릴 지 관건이다. 다만 월가에서는 Fed가 올해 금리 인하 전망을 기존과 같이 2회로 유지할 것으로 전망이 우세하다.
소비 감소 우려에 미 국채 금리는 장기물 중심으 하락세다. 글로벌 채권 금리 벤치마크인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거래일 보다 2bp 내린 4.28%를 기록 중이다.
뉴욕(미국)=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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