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미국의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예상보다 둔화하며 4년여 만에 가장 낮은 상승폭을 나타냈다. 인플레이션이 안정되고 있다는 점에선 긍정적 신호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본격적으로 발효되기 전의 지표란 점에서 향후 물가가 반등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10일(현지시간) 미 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3월 CPI는 전년 동기 대비 2.4% 올랐다. 이는 2021년 2월 이후 4년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지난 2월(2.8%) 수치는 물론 시장 전망치(2.5%)를 모두 밑돌았다. 전월 대비로는 0.1% 하락해 직전월 수치(0.2%)와 예상치(0.1%) 둘 다 하회했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CPI 역시 전년 동기 대비 2.8% 오르는 데 그쳐 직전월(3.1%)과 전망치(3.0%) 모두 밑돌았다. 2021년 3월 이후 4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전월 대비로는 0.1% 상승해 직전월(0.2%)과 시장 예상치(0.3%) 둘 다 하회했다. 근원 CPI는 물가의 기조적인 흐름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Fed가 가장 눈여겨보는 물가 지표다.
휘발유 가격이 크게 하락하고 주거비 상승폭이 둔화되면서 물가 상승률 둔화에 기여했다. 품목별로는 휘발유가 전월 대비 6.3% 내리면서 전체 에너지 비용이 2.4% 떨어졌다. CPI 산정 시 가중치가 3분의 1로 가장 큰 주거비는 전월 대비 0.2% 상승하는 데 그치며 CPI 상승률 둔화를 견인했다. 주거비는 전년 대비로는 4% 올라 2021년 11월 이후 상승폭이 가장 적었다. 중고차는 0.7% 하락했고 항공료와 자동차 보험료는 각각 5.3%, 0.8%씩 내렸다. 처방약은 2% 하락했다. 식품 가격은 0.4% 올랐는데 이 중 식료품 구입비는 0.5%, 외식비는 0.4% 상승률을 나타냈다. 계란값은 전월 대비 5.9% 올랐고, 1년 전보다는 60.4% 상승했다.
3월 CPI 발표로 고물가 고착화 우려는 완화됐지만 변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자정 직후 국가별 상호관세를 발효한 후 13시간여 만에 중국을 제외한 국가에 대해 관세를 90일 유예했다. 하지만 10%의 기본관세는 그대로 유지했고, 대중 관세율은 125%로 상향해 즉각 발효했다. 또 지난달 철강·알루미늄, 이달 자동차 수입품에 25% 관세를 발효한 데 이어 향후 반도체, 의약품, 목재에도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라 앞으로 인플레이션이 재점화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
뉴욕(미국)=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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