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전쟁이 여성 소비자들에게 더 큰 부담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미국 CNN 방송은 16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교역국에 부과한 10% 기본관세와 중국·캐나다·멕시코 등 특정국에 대한 고율 관세가 여성 소비자의 의류 구매 비용을 대폭 끌어올릴 수 있다"고 짚었다.
미국의 관세 제도는 오래전부터 남성보다 여성에게 불리하게 설계돼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진보 성향 싱크탱크인 진보정책연구소(PPI)의 에드워드 그래서 국장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여성 의류의 평균 관세율은 16.7%로 남성 의류의 평균 관세율인 13.6%보다 2.9%포인트 높았다. 정장 또한 여성용 정장은 15.1%, 남성용은 13.3%의 관세율이 붙었으며 속옷 역시 여성용 속옷은 12.8%, 남성용 속옷은 8.6%로 큰 차이를 보였다.
이로 인해 여성 소비자들은 의류 한 벌당 평균 1달러를 더 지불하고 있으며 전체적으로는 연간 20억 달러(약 2조8000억 원) 이상의 비용을 지불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같은 부담은 일명 '핑크 관세(Pink Tariffs)'로 불린다. 같은 제품이 여성용이라는 이유로 더 비싸게 책정되는 '핑크 택스(Pink Tax)'와 유사한 구조다.
로리 테일러 미국 텍사스주 A&M 대학교 공공서비스·행정학과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새 정책으로 남성 의류에도 일정 수준 이상의 관세가 새롭게 적용됨에 따라 남녀 간 관세 격차가 의도치 않게 좁아질 수 있다"면서도 "여성이 연평균 655달러를 의류에 지출하는 반면 남성의 평균 지출은 406달러에 불과해 관세 인상의 실질적 부담은 여성에게 더 크게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저소득층에 더 큰 압박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예일대 재정연구소는 "트럼프의 관세로 인해 의류 가격이 최대 64%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수입 의류가 전체 미국 의류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이 영향은 소비자 가격에 직결된다. 특히 저소득층의 경우 소득에서 의류나 생활필수품 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이 고소득층보다 더 높기 때문에 이들 물품에 붙는 관세가 가계에 즉각적인 부담이 될 수 있다.
아울러 고급 의류보다 저가 의류에 상대적으로 더 높은 관세가 부과된다는 점도 저소득층의 부담을 키우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미국에서는 원단에 따라 다른 관세율이 부과되는데 울·캐시미어·실크와 같은 고급 원단의 관세율이 저가 의류나 운동화 제작 등에 사용되는 면·폴리에스터·나일론보다 더 낮다고 셩 루 미국 델라웨어대 패션·의류학과 교수는 설명했다.
앞서 미국 의류기업들은 이 같은 성별·계층 간 관세 차별 해소를 위해 2007년 정부를 상대로 관세 철폐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해당 정책이 차별적 의도를 갖고 있지 않다며 기각했다. 이후 관련 논의가 줄어들었지만 최근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핑크 관세 영향 연구법(Pink Tariffs Study Act)'을 발의하며 논의에 다시 불씨가 지펴지고 있다.
서지영 인턴기자 zo2zo2zo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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