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X(구 트위터)
일본의 한 성형외과 의사가 해부학 실습 중 찍은 사진과 영상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려 논란을 일으킨 끝에 결국 소속 병원에서 해고되었다.
28일 일본 주니치신문은 도쿄성형외과가 해부학 실습 중 부적절한 게시물을 SNS에 올린 의사 구로다 아이미의 해임을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병원 측은 전날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2024년 12월 30일 자로 구로다 아이미를 해임하기로 했다"며 “의료 서비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조직 체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논란은 구로다가 지난달 29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괌에서 진행된 해부학 연수를 기록한 영상을 올리면서 시작됐다.
영상은 “신선한 해부용 시신(Fresh cadaver) 해부하러 갑시다!”라는 문구로 시작되었으며, 일부 시신의 모습이 모자이크 처리 없이 등장했다. 이어 구로다는 “머리가 많이 있다”는 문구와 웃는 이모티콘을 함께 게시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구로다는 자신의 블로그에 해부 실습장 안에서 동료들과 해부용 시신을 배경으로 손가락으로 ‘브이(V)’ 포즈를 취한 사진을 추가로 올리며 논란을 더욱 키웠다.
구로다의 게시물이 확산되자 일본 현지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비난이 이어졌다. 많은 이들은 의사로서의 윤리 의식 부족과 시신 기증자에 대한 예우 부족을 강하게 비판했다. 일부 누리꾼은 “죽은 자의 존엄성을 훼손했다”며 구로다의 해고를 요구했다.
이에 구로다는 지난 23일 SNS를 통해 사과문을 올리며 “의사로서, 그리고 한 개인으로서 윤리관이 결여된 게시물을 올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해부학 연수는 매우 귀중한 기회였으며, 이러한 기회를 더 많은 의사들에게 알리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해당 게시물은 삭제된 상태이며, 논란은 잦아들지 않았다.
초기에는 도쿄성형외과 병원장인 아소 도오루가 구로다를 옹호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는 “죽은 자의 존엄성도 중요하지만, 살아있는 사람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노력 또한 중요하다”며 구로다의 동기를 선의로 판단했다. 그러나 논란이 계속되며 시신 기증 거부 운동까지 이어지자 병원은 결국 해임을 결정했다.
일본 사회에서는 구로다의 행동에 대한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일본 A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시민들은 “모자이크 처리를 했더라도 이런 사진을 공개한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며 분노를 드러냈다. 또한 “시신을 이렇게 취급하는 의사를 믿을 수 없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이 사건은 단순히 한 의사의 부적절한 행동에 그치지 않고 시신 기증 문화에도 영향을 미쳤다. 일부 시민들은 “죽은 뒤 의사의 장난감이 되고 싶지 않다”며 시신 기증 동의를 철회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번 사건은 의료계에서 시신 기증자에 대한 존엄성과 윤리적 예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환기시키는 계기가 됐다. 의료기관과 의료진이 이러한 논란을 방지하기 위해 더욱 엄격한 윤리 교육과 기준을 마련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