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성 고취' 내세워 적극 권장…2020년 이어 재도전
한복은 아직 신청한적 없어…아리랑·김치는 남북이 시차두고 등재
(서울=연합뉴스) 오수진 김예나 기자 = 내달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될 것으로 예상되는 북한의 '조선 옷차림 풍습'은 저고리, 치마 등 우리가 한복으로 부르는 전통 복식의 제작과 착용법을 통칭하는 말이다.
북한은 민족성 고취를 위해 조선옷 착용을 적극 권장하는데 사상 단속을 위해 외부 문물을 통제하는 흐름과 조선옷 장려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많다.
최근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보호 정부간 위원회(무형유산위원회) 산하 평가기구는 올해 접수된 등재 신청서를 심사해 북한이 제출한 '조선 옷차림 풍습'에 등재 권고 판정을 내렸다.
최종 등재 여부는 내달 2∼7일 파라과이에서 열리는 제19차 무형유산위원회 논의를 거쳐 결정된다. 등재가 결정되면 아리랑(2014년), 김치 담그기(2015년), 씨름(2018년·남북 공동 등재), 평양냉면(2022년)에 이은 북한의 5번째 인류무형문화유산이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2020년 조선 옷차림 풍습에 대해 "우리 민족이 고대시기부터 창조하고 발전시켜 온 전통적인 옷제작 기술, 방법, 차림 관습'을 포괄한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조선옷이 "위, 아래가 갈라지고 직선과 곡선이 조화롭게 결합됐다"며 특별한 날은 물론이고 주민들이 일상적으로 조선옷을 즐겨 입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북한 매체들이 보도하는 사진이나 영상을 보면 다양한 장소에서 조선옷을 착용한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북한의 간판 아나운서인 조선중앙TV 리춘히도 치마와 저고리를 입은 차림으로 항상 브라운관에 등장한다.
조선옷은 남성보다는 여성, 어린이, 노인이 즐겨 입는 것으로 보이지만 북한은 조선옷을 연령, 성별과 관계 없이 즐긴다고 강조한다.
북한은 지난 3월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 평가기구에 제출한 등재 신청서에서도 조선 옷차림 풍습이 여성에게 한정되는 게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듯 "남녀노소가 즐겨 입는다", "의상 제작, 교육, 연구 등의 분야에서도 상당히 많은 남성이 활동하고 있다"고 썼다.
이 같은 설명에도 불구하고 의식주를 비롯한 모든 삶의 영역에서 정치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사회주의 특성상 조선옷은 '문화도덕적으로 고상한 의복'이라는 점을 강조해 여성들의 사회적 일탈을 막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는 경향이 있다.
통일부는 지난 2월 발간한 북한 경제사회인식실태보고서를 통해 "여성에게 조선옷 착용을 강조하는 것 등은 전통적인 여성상으로 회귀를 위한 조처"라고 분석했다.
실제 북한은 지난 2020년에도 '조선 옷차림 풍습'의 등재를 추진했으나 보류됐는데, 조선옷이 당국의 통제 수단으로 쓰일 수 있다는 취지의 지적이 있었다.
당시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 평가기구는 조선 옷차림 풍습 등재 보류를 결정하면서 '등재 신청서'가 "전 지구적 차원에서 인간의 창의성과 다양성에 어떻게 기여할 것인지 설득력 있는 주장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무형문화유산 조직에 과도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하향식(top down) 접근법은 협약의 정신에 부합하지 않음을 상기한다"며 "당사국이 무형문화유산 보호의 모든 단계에서 하향식 접근을 피할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북한 당국의 지나친 개입 또한 '보류' 사유의 하나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국은 지난 2022년 국가무형유산으로 '한복생활'을 지정하긴 했으나, 아직 한복과 관련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신청하지는 않았다.
한국은 국가유산청에서 민간 공모를 통해 등재 신청 후보를 정하고 있다.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제도는 문화 다양성과 창의성을 바탕으로 무형유산을 등재·보호하는 제도로서, 먼저 등재됐다고 해서 배타적 독점을 인정받지는 않는다.
추후 우리도 등재 신청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남북은 비슷한 무형유산을 시차를 두고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 올린 바 있다. 아리랑은 2012년(밀양아리랑), 김장은 2013년(김장문화) 북한보다 먼저 등재했다.
kik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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