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이코노미뉴스 윤남웅] 중국 기업들이 한국 시장에 돌격하고 있다. 심각한 경제 불황으로 중국 내수 경기가 최악의 상황까지 치닫는 가운데 중국 기업들의 과잉생산이 지속되면서 가장 가까운 한국 시장이 타깃이 되고 있다. 중국에서 한국으로 수출 뿐만 아니라 직접 생산기지를 한국에 세우려는 모습도 관측된다. 더 큰 문제는 자동차, 가전, 철강, 조선, 석유화학, 게임, 유통 등 거의 전 산업영역에서 한국 내수시장이 중국의 타깃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중앙이코노미뉴스는 신년을 맞아 중국의 강력한 돌격에 위기를 맞이한 한국 산업 전반의 위기를 집중 조명해본다. [편집자 주]
중국 이커머스의 한국 유통시장 공략이 본격화되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중국계 플랫폼은 국내 시장에서 점유율 확대를 위해 초저가 전략과 현지화에 집중하며 성과를 내고 있다. 중국판 다이소로 불리는 '미니소' 역시 한국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중국의 이커머스, 생활용품 등의 브랜드가 내수시장을 노리고 진격해 오면서 한국 유통시장 판세가 바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中 알리익스프레스·테무, 한국 공략 가속화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가 초저가 전략과 공격적인 투자로 국내 유통 시장을 강타하고 있다. 고물가 속 가성비 트렌드에 힘입어 이용자 수가 급증하는 가운데, 이들의 행보는 기존 국내 이커머스 업체뿐만 아니라 유통 생태계 전반에 걸쳐 강력한 위협으로 떠오르고 있다.
여러 통계들을 보면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의 무서운 성장세를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쿠팡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3210만 명으로 전년 대비 0.9% 증가하며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했다. 지난해 12월 테무는 812만명 MAU를 기록했고, 알리는 898만명을 기록했다. 1월과 비교하면 테무는 42.4%, 알리는 25.2% 각각 성장했다.
앱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굿즈·리테일에 따르면, 2023년 하반기부터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의 이용자 수는 전년 대비 각각 68%, 179% 증가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2023년 11월 역대 최고치인 967만 명의 이용자를 기록하며 국내 시장에서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였다. 테무 역시 6월 832만명의 역대 최고치 이용자를 기록했다.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은 젊은 층뿐만 아니라 중장년층에서도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며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40대 이하 연령층에서 쿠팡에 이어 2위를 기록했으며, 테무는 50대에서 3위, 60대 이상에서 2위를 차지했다. 이는 중장년층 소비자의 가성비 중심 소비 패턴과 중국 플랫폼의 저렴한 가격 전략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알리와 테무의 성장은 현재 쿠팡보다 중소 이커머스 업체들에게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2024년 기준, 11번가와 G마켓의 이용자 수는 각각 17%와 16.1% 감소했으며, 이는 중국 플랫폼의 공세가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 미친 충격을 여실히 보여준다.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가 국내 시장에서 급성장한 배경에는 초저가 전략과 광범위한 제품군이 있다. 중국 제조업체와의 직접 연결로 유통 단계를 줄이며 가성비를 앞세운 상품을 제공한 것이 주효했다. 최근 물류 혁신으로 배송 속도를 개선하며 소비자 편의를 높인 점도 성장 동력이다. 또한, 대규모 할인 이벤트와 소셜 미디어 마케팅 등 현지화 전략을 통해 빠르게 브랜드 인지도를 확산시켰다.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쇼핑 수요가 증가하며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가성비 플랫폼에 대한 선호가 높아진 점도 이들의 성장을 가속화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쿠팡이 빠른 배송 특화로 선전하고 있지만 중국 이커머스의 초저가 전략은 국내 점유율 1위인 쿠팡에 지속적인 위협이 될 것이고, 쥐마켓과 11번가 등 중소 이커머스 업체들에게는 재앙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의 공세는 올해 더욱 본격화될 전망이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지난해 한국 시장에 1조 5000억 원 규모의 물류센터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물류 경쟁력 강화를 선언했다. 올 상반기에는 신세계그룹의 G마켓과 합작 법인을 설립하며 국내 셀러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CJ대한통운과의 협력을 통해 '주 7일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며 기존 배송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리고 있다.
테무 역시 글로벌 성장세를 바탕으로 국내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2022년 9월 글로벌 출시 이후 48개국에서 다운로드와 사용자 증가율 1위를 기록한 테무는 올해 한국지사를 설립하며 본격적인 국내 시장 확장을 준비 중이다.
중국 자본이 국내 플랫폼을 인수할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신세계그룹은 중국 알리바바인터내셔널과 손을 맞잡았다. 지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를 자회사로 두는 합작법인(조인트벤처·JV)을 설립해 공동 경영하기로 했다. 신세계그룹과 알리바바가 공동으로 운영 중인 합작 법인이 향후 지마켓 지분을 인수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알리익스프레스와 같은 자금력이 강한 중국 플랫폼이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시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中 미니소, 中 제품 채운 한국 다이소, 생활용품 시장에서의 도전과 위협
이커머스에 이어 중국판 다이소까지 한국 생활용품 시장을 노리고 침투하는 실정이다.
미니소는 지난해 12월 14일 서울 혜화동에 첫 매장을 열며 한국 시장에 재도전장을 내밀었다.
중국 생활용품 전문기업 미니소는 지난 2016년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가 철수한 바 있다. 첫 진출 당시 브랜드 신뢰도 부족으로 실패를 거뒀다. 그러다 2024년 혜화점을 시작으로 점포를 확장하며 한국 시장에 재도전하고 있다. 미니소는 디즈니, 해리포터, 산리오 등 유명 IP를 활용한 제품으로 차별화를 꾀하며 홍대, 건대 등 주요 상권에 추가 매장을 열 계획이다.
미니소의 초저가 전략은 일본 다이소산교를 벤치마킹한 SPA(자체 브랜드) 모델에 기반한다. 일본 다이소의 한국 지분을 인수한 아성다이소가 국내 브랜드로 자리 잡고 있지만, 미니소의 공세가 생활용품 시장 점유율을 잠식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니소는 디즈니, 해리포터, 산리오 등 전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IP를 활용한 캐릭터 상품을 선보이며, 단순한 저가 생활용품점을 넘어선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했다. 젊은 소비자층의 관심을 끌기 위한 차별화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또한, 글로벌 생산·유통망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경쟁사보다 저렴한 가격대를 유지하며 가격 경쟁력을 극대화했다. 이러한 초저가 전략은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미니소의 상품 구성도 경쟁력을 높이는 요소로 꼽힌다. 생활용품뿐 아니라 패션 소품, 뷰티, 전자기기 액세서리 등 다양한 카테고리의 상품을 제공하며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히고 있다.
이미 전 세계 112개국에서 7,100여 개 매장을 운영하며 축적한 글로벌 경험도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업계는 이러한 전략이 한국 시장에서 미니소의 입지를 강화하며 기존 강자인 다이소와의 격차를 빠르게 좁히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니소가 다이소를 완전히 대체할 가능성은 낮지만 다이소의 시장 점유율 감소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이미 중국산 비중이 높은 다이소가 국내 생활용품 시장을 사실상 접수한 상황인데 미니소까지 합류하면 국내 생활용품은 온통 중국산 천지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미니소의 공세가 다이소의 독점적 입지를 흔들 수 있겠지만 결국 국내 생활용품 시장에서 소비자는 다이소에서 사건, 미니소에서 사건 품질이 보장되지 않은 중국산 제품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일 수도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니소가 시장에 본격적으로 자리 잡으면 생활용품 시장에서 중국산 제품의 비중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알리·테무·미니소, 초저가 전략의 그늘…품질·안전성 우려 커져
중국판 다이소의 한국시장 확장을 우려스럽게 바라보는 이유는 이 곳에서 판매되는 제품이 대부분 중국산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역시 취급하는 중국산 제품 비중은 정확히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주요 판매자가 중국에 기반을 두고 있는 만큼 대다수일 것으로 추산된다.
이미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구매한 제품이 품질 불량이나 전혀 다른 제품이 배송돼 소비자 피해를 야기한 사건들은 수없이 많다.
소비자 A씨는 "지난해 12월 알리에서 저렴하게 올라온 테니스그립 테이프를 주문했다"며 "하지만 도착한 제품은 스티커가 아닌 전혀 다른 그냥 끈 같은 완전 다른 제품이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비자 B씨는 "테블릿PC 2만원 득템이라는 광고를 보고 주문했다"며 "주문 당시에는 준명 안드로이드 테블릿PC였는데 도착한건 테블릿PC 케이스였다"고 피해를 호소했다.
소비자 C씨는 "국내에서 20만원 상당의 신발이 3만원에 테무에 올라왔길래 주문했다. 하지만 도착한건 상품도 전혀 다른 중국산 신발이었고, 사이즈 조차 전혀 달랐다"고 밝혔다.
한국소비자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자원에서 진행한 알리 관련 소비자 상담 건수는 673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22년 228건 집계 이후 2년만에 3배가 넘게 증가한 수치다. 올해는 1월에만 벌써 212건의 피해 상담이 이뤄졌다. 대부분 상품에 대한 불만이 소비자 상담으로 이어지는 점을 미뤄봤을때 제품 피해를 호소하는 고객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이커머스에서 주문한 제품이 안전까지 위협한 사례들도 쉽게 접할 수 있었다.
소비자 D씨는 "테무에서 금속 액세서리를 구매했다가 큰 낭패를 봤다"며 "목걸이를 착용한 부위가 붉게 변하고 심한 가려움증이 발생해 병원을 찾았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제품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납 등이 검출됐다는 소식을 이후에 듣게됐다"며 "품질 확인이 어려운 해외 직구 제품이 이렇게 위험할 줄 몰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비자 E씨는 어린 자녀를 위한 장난감을 해외 플랫폼에서 직구했으나 석면 검출 소식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E씨는 "아이가 좋아할만한 장난감을 저렴하게 팔고 있는 광고를 보고 주문했는데 발암물질이 포함됐다는 뉴스를 보고 큰 배신감을 느꼈다"며 "앞으로는 국내 인증 제품을 이용하겠다"고 말했다.
품질이 조악한 제품들까지 한국시장에 무차별 침투하다 보니 품질 안전 문제가 대두하는 실정이다.
일부 중국산 제품에서 유해 물질이 검출되고, 짝퉁(가품) 문제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해 9월 19일 1차 안전성 조사 이후 지난해 12월까지 해외 온라인 유통사(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의 590개 제품을 구매해 추가 조사한 결과, 86개 제품이 국내 안전기준에 부적합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조사 제품은 생활화학제품, 금속장신구, 석면함유우려제품 등이며, 이 중 86개 제품이 기준치를 초과해 판매 차단 조치가 요청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에 대한 소비자 피해 조사를 진행 중이다.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제품 안정성 문제 등이 주요 조사 대상이다.
특히 중국산 제품 판매비중이 높은 다이소 마저도 매년 품질문제를 일으키며 리콜하는 등 국민 안전을 위협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 미니소는 다이소보다 더욱 심각한 제품 불량 문제을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니소는 다이소보다 더 공격적인 초저가 전략을 펼치고 있어 소비자 입장에서는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며 "하지만 판매 제품 대부분이 중국산이고, 이로 인한 품질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과 정부 대응은 아직 '뜨뜻 미지근'
이런 중국의 한국 유통시장 대공세에 한국 기업과 정부 대응은 아직 '뜨뜻 미지근'한 상황이다. 규제를 도입하려고 하고 있으나 계획일 뿐이고 실제 성사될지 미지수인데다 효과마저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한국소비자원과 공정거래위원회는 중국산 제품의 안전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규제 강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주요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과의 협의를 통해 위해제품 유통·판매를 차단하는 자율제품안전협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안전기준에 부적합한 제품이 국내로 유입되지 않도록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또한 정부는 해외직구 제품의 안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KC 인증이 없는 어린이용품, 전기·생활용품 등 고위험 80개 품목에 대해 해외직구를 제한하는 방안을 지난해 발표했으나, 논란 끝에 해당 규제의 시행 여부는 재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당초 지난해 시행을 목표로 했으나, 구체적인 시행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국내 유통업계는 중국 이커머스의 공세에 뚜렷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는 모습이다.
쿠팡은 고속 배송 서비스를 지속 강화하고, 신세계그룹은 G마켓을 통한 전략적 협력 확대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혁신적인 물류 시스템 구축, 자체 플랫폼 강화, 프리미엄 제품군 확대 등의 전략은 원래 하던 전략들일 뿐이다.
쿠팡 관계자는 “쿠팡은 2026년까지 3조 원 이상의 투자를 통해 풀필먼트센터 확장, 첨단 자동화 기술 도입, 배송 네트워크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2027년까지 전국 인구의 100%가 무료 로켓배송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이소 관계자는 "다이소는 현재 타사에 대한 대응전략을 별도로 수집하지 않고 있다"며 "지속적으로 해왔던 것처럼 다이소는 균일가 유지를 위해 노력하면서 매월 수백개의 신상품을 선보여 소비자들에게 다양하고 가성비 있는 상품을 선보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중국과 손을 잡고 중국 기업의 한국 유통시장 진출을 되려 도우려 하는 신세계그룹은 비판 받아 마땅하다. 아무리 쿠팡을 이기고 싶어도 그래서는 안됐다. 중국 기업들의 공습에 국내 유통시장이 서서히 잠식되는 것을 가속화시키는 행위다.
중국 기업들의 한국 시장 대공습은 이미 시작됐다. 하루하루 중국산 생활용품을 써나가는 국민들이 늘어날 것이다. 국내 유통업체들이 중국 관련 마땅한 전략을 찾지 못하는 시점에서 한국 유통시장은, 특히 생활용품 시장은 'Made in china'로 뒤덮이게 생겼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이커머스의 공세가 점차 심화되고 있다. 가격 경쟁력만 앞세운 진출은 국내 기업과의 공정한 경쟁을 저해할 수 있다"며 "정부 차원의 강력한 규제와 소비자 보호 정책이 시급하다. 특히 소비자의 안전과 개인정보 보호를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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