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이코노미뉴스 윤남웅] 군사정권범죄수익국고환수추진위원회(이하 환수위)가 3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노소영 나비아트센터 관장과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 원장 등을 돈세탁 및 세금 포탈 혐의로 고발했다.
환수위는 "노태우 일가가 해외에서 불법 비자금을 조성하고 있다는 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며 검찰의 전방위적 수사를 촉구했다.
환수위에 따르면 노태우 전 대통령의 가족은 여러 경로를 통해 조성한 비자금을 공익재단 자금으로 둔갑시킨 후, 이를 다시 세탁해 핵심 요지 부동산 및 해외 투자에 활용한 정황이 포착됐다. 특히 지난해부터 노재헌 원장을 둘러싼 횡령 의혹이 불거졌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그는 부동산 매입을 통해 최소 5억 원에서 최대 10억 원의 공금을 유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해외에서 돈세탁을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하지만 검찰과 국세청 등 관계 당국은 이에 대한 별다른 조사를 진행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환수위는 고발장을 제출하며 "검찰은 노태우 일가의 비자금 조성과 불법 자금 운용에 대한 전면적인 수사를 즉시 착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환수위 측은 "노재헌 원장은 국내외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막대한 자금을 세탁한 정황이 있으며, 이를 입증할 언론 보도 및 내부 조사 자료를 고발장에 포함해 제출했다"고 밝혔다.
환수위는 또한 "노태우 일가는 범죄수익을 국내외에서 운용하며 불법적인 재산 증식을 하고 있는데도 국가기관 어느 곳에서도 이를 문제 삼지 않고 있다"며 "천문학적인 노태우 비자금이 정·관계로 흘러 들어갔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환수위는 노재헌 원장이 최근 발간한 ‘만화로 읽는 인물이야기-노태우 대통령’ 책자를 전국 도서관에 배포한 점도 문제 삼았다. 특히 어린이 도서관에도 배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환수위는 "동아시아문화센터가 출처를 알 수 없는 거액의 자금을 운용하며, 조선일보 전면 광고, 위인전 만화 출판 등 ‘노태우 미화 사업’에 수십억 원을 투입한 정황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25일 열린 ‘만화로 읽는 인물이야기, 대통령 노태우’ 출판기념회에는 김종인 전 국회의원, 문희상 전 국회의장, 권영세 의원, 허은아 개혁신당 대표, 천하람 의원, 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 등 120명 이상의 유력 인사들이 참석했다. 환수위는 "노태우 미화 사업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진행되고 있다"며 "막대한 자금 운용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환수위는 동아시아문화센터가 노태우 비자금 세탁 창구로 활용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특히, 노재헌 원장이 국세청에 제출한 서류에서 동아시아문화센터의 공금 10억 원을 횡령한 사실이 확인됐다. 일부 언론은 해당 재단에 숨겨진 노태우 비자금이 최대 1천억 원에 이를 수 있다고 보도했다.
환수위는 "노소영, 노재헌이 운용하는 천문학적 자금의 출처가 불분명하다"며 "이들은 단순한 상속인이 아니라 노태우 불법 비자금을 관리·증식해 온 공범"이라고 주장했다.
환수위는 지난해 10월 7일에도 "노태우 일가의 300억 원 규모 불법 비자금에 대한 조사를 요청한다"며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한 바 있다. 이에 검찰은 사건을 범죄수익환수부에 배당하고 고발인 조사를 마쳤지만, 아직 피의자 조사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
환수위는 "전국 어린이 도서관에 배포된 책은 즉시 회수돼야 하며, 도서관 측에서도 이를 반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노태우 전 대통령은 광주민주화운동을 탄압하고 5천억 원 이상의 불법 비자금을 조성한 인물"이라며 "그를 위인으로 포장하는 행위는 역사 왜곡이며, 후세 교육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