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이코노미뉴스 윤남웅] 가공식품 가격 인상이 잇따르자 정부가 직접 나서 물가 안정을 위한 업계 협조를 요청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11일 서울 서초구 한국식품산업협회에서 열린 '식품업계 현안 해결을 위한 간담회'에서 주요 식품기업 대표들을 만나 "제조 혁신과 기술 개발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가격 인상 요인을 최소화해달라"며 업계의 협조를 당부했다.

송 장관은 "정부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면서도 "식품업계의 어려움을 이해하지만,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하는 시점인 만큼 물가 안정에 동참해달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식품업계의 원가 부담을 덜기 위해 올해 코코아 생두, 커피 농축액 등 13개 수입 원료에 대해 할당관세를 적용하고 있다. 또한, 수입 부가가치세 10% 면세 조치를 올해 말까지 연장했으며, 밀, 코코아, 커피, 유지류 등 식품 원료 구입을 위한 자금으로 4500억 원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원재료 가격과 환율이 급등하면서 식품업계의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초콜릿 원료인 코코아 가격은 1년 전보다 92% 상승했으며, 아라비카 커피와 로부스타 커피 가격도 각각 59%, 29% 올랐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까지 상승하면서 수입 단가가 치솟아 기업들의 원가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식품업계는 수익성 악화를 막기 위해 제품 가격을 잇달아 인상하고 있다. 지난달 동아오츠카와 대상이 제품 가격을 조정한 데 이어, 외식업체인 버거킹, 스타벅스 코리아, 할리스, 폴바셋도 메뉴 가격을 올렸다.

이달에는 SPC파리바게뜨와 SPC삼립, 롯데웰푸드가 가격 인상을 단행하며, 빙그레 역시 다음 달 가격 조정을 예고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정부의 물가 관리가 느슨해진 틈을 타 식품 및 외식업체들이 일제히 가격을 인상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2016~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에도 유사한 방식으로 가격이 인상됐던 사례가 재차 언급되며 논란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더욱이 미국 신정부 출범과 글로벌 공급망 불안, 에너지 비용 상승 등 대외 환경이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어 향후 물가 흐름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송 장관은 최근 식품업계의 가격 인상 움직임에 대해 "민생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며 "내수 회복을 위해서라도 물가 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식품업계 대표들은 정부에 주요 식자재에 대한 할당관세 적용 확대와 수출 지원 정책 강화를 건의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가공식품 가격 인상에 대한 국민적 우려를 전달했고, 업계의 애로 사항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정부의 요청에 대해 기업들은 불가피한 가격 인상이더라도 인상 폭을 최소화하고, 인상 시기를 최대한 늦추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간담회 이후 송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식품 원재료 중 국내에서 생산되지 않는 품목이 많아 할당관세 확대 등의 대책을 마련 중"이라며 "미국 신정부의 관세 정책과 관련해서도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여러 시나리오별 대응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17개 식품기업 관계자가 참석했으며, 동원F&B, 동서식품, 삼양식품, 오리온, 매일유업, 일화, 오뚜기, 풀무원식품 등 8개 기업 대표가 직접 자리했다.